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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켜도 되는 자전거 헬멧법 만든 진짜 이유

2018.10.01

안전모 없이 자전거 타는 거 이제 모조리 불법이다. 동네 슈퍼 가는데 웬 헬멧? 걱정마시라~ 단속 규정이 없어서 헬멧 안 써도 처벌을 못 한다. 잉? 이 무슨….

불법인데 벌금 프리?

사실이다. 경찰서 갈 일도 없고, 벌금도 없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자전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했지만, 처벌 규정은 만들지 않았다. 헬멧 착용 문화가 정착된 후에 처벌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긴 하는데….

안 지켜도 되는 헬멧법은 왜 생긴 걸까?

엉뚱하게도 발단은 전기자전거. 때는 2016년.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면허 없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며 전기자전거 활성화법을 발의했다. 이때 위험성 문제를 우려해 헬멧 착용 의무화도 법안에 포함했다. 근데 일반 자전거까지 헬멧 의무화가 된 건 함정. 비난 여론이 거세 급히 재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것도 좀…. ‘착용하여야 할 의무’가 재개정안에서 ‘착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로 바뀌었다. 노력해야할 의무?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소리다. 

헬멧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인다?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근거가 있다. 2012~2017년 국내 자전거 사고 응급 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38.4%로 가장 높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결과, 안전모를 착용하는 경우 머리 상해치가 8~17% 수준으로 줄었다. 반론도 있다. ‘헬멧법’ 도입 이후에도 머리 부상이 줄지 않았다는 해외 보고가 있다. 호주와 스웨덴이 그랬다. 

처벌법 만들면 자전거 문화도 업그레이드?

안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자전거 업체나 자전거족 모두 바뀐 헬멧법을 반대하는 눈치다. 헬멧 판매고 올리고, 안전하게 타면 좋은 거 아니냐고? 너무 엄격한 처벌 규정이 되레 자전거 인구를 위축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까짓 자전거 안타고 말지. 서울시 조사 결과, 따릉이 이용자 중 안전모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9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따릉이 탈 때도 헬멧 휴대해야 할까?

공용 자전거를 타기 위해 헬멧을 휴대하고 다닐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자전거와 함께 헬멧을 대여하는 방법이 대안인데, 이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위생 문제. 모르는 사람의 땀이 밴 헬멧을 누가 빌리나. 다음은 분실 문제. 서울시가 공공 자전거 '따릉이' 안전모를 무료로 빌려준 지 나흘 만에 절반이 사라진 사례가 있다.

썰리 :

법은 있는데 처벌이 없다? 안 지켜도 그만인 법을 과연 누가 지킬지…. 국민적 공감대와 인프라 없이 법이 개정된 것도 문제다. 자전거 인구 1300만 시대에 걸맞은 똑똑한 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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