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개월. 진통 끝에 드디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확정됐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의 탄생.
상생형 일자리라고?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가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광주시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기업은 인건비를 아끼고, 자치단체에는 일자리가 생긴다는 뜻. 한마디로 모두가 윈윈. 지역 노동계와 경제계, 시민단체, 광주시가 머리를 맞댄 '노사민정협의회'가 이 모든 걸 총괄한다. ‘고임금 저효율’이라 비판받는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새로운 단초가 될 수 있다는데...?
연봉이 반값?
초임 연봉 3500만원, 1주 44시간 근무. 잠정적으로 협의한 광주형 일자리의 조건이다. 현대차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 기업 입장에선 완전 혜자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해 7000억원을 투자한다. 빛그린산업단지에 1000cc 미만 경형 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예정. 20년 만에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다니... 직접·간접 고용을 포함해 대략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노조는 왜 반대할까?
모두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기는 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반값 연봉으로 임금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거라는 우려 때문. 과잉 투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 생길 공장에서는 경형 SUV를 연간 10만대 생산할 예정이지만, 내년 1월부터 울산 공장에서도 연 10만대씩 만든단다. 국내 소형 SUV 시장 규모가 고작 연 14만대인데...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 손해는 불보듯 뻔하다.
합의했지만 끝이 아니다?
노사민정협의회에서 합의가 끝났어도 역시나 돈이 문제. 사업 밑천 2800억원 중 광주시가 590억원, 현대차가 530억원을 부담했다. 나머지 1680억원은 물론, 공장 짓는 데 필요한 4200억원은 산업은행에서 대출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다행히 정부 지원은 빵빵하다. 임대주택, 공동 어린이집 등을 건설할 사업비 2912억원을 약속했다. 그나마 다행?
정부가 나서는 이유는?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 입장에선 반드시 사업을 성공시켜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 또한 광주형 일자리는 군산·부산·울산·경남 등에 ‘지역형 일자리’를 만드는 큰 그림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 원내대표까지 앞다퉈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말 정부 뜻대로 될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썰리 :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명분은 좋다. 노동자와 기업, 자치단체가 상생할 수 있다니. 성공한다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실리까지 얻는다. 하지만 현실이 반드시 예상대로일 거란 보장은 없다. 광주형 일자리는 과연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사진 연합뉴스]